자유이야기방
좋은 습관은 자제력을 키운다
학생들 중에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부터 하고 밖에 놀러 나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우선 실컷 놀고 나서 부랴부랴 숙제하는 아이가 있다. 아니면 TV 보고, 친구들과 게임하고, 저녁 먹은 후에 엄마가 숙제에 대해 잔소리를 하면 그제야 마지못해 책상에 앉는 아이도 있다. 이것은 즐거움을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차이점을 나타내는 한 예이다.
즐거움을 지연(遲延)시킬 수 있는 아이는 친구와 함께 게임기를 가지고 놀 때조차도 친구에게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이 즉각적인 만족을 지연할 수 있는 자기 통제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는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이것을 연구한 학자가 있다. 그 실험연구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심리학자 미셸은 만 5세 아동을 대상으로 욕구지연에 관한 실험을 했다. 아이들에게 사탕 하나를 주면서 언제든 먹어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돌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아이에게는 사탕 두개를 주겠다고 하였다. 아이들에게 즉각적인 유혹을 견딘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던지, 어떤 아이는 사탕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다 숨겨놓는 아이도 있었고, 또 어떤 아이는 다른 일에 관심을 두려고 그림을 그리거나 연필로 무엇을 쓰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견디려 애를 썼다.
그후 12년이 지난 후 유혹을 견뎌낸 아이들과 그렇지 못했던 아이들 두 그룹을 비교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사탕을 즉각 먹은 아이들과 즉각적인 만족을 지연시킬 줄 아는 아이들 사이에 놀라운 결과를 나타냈다. 만족을 지연시킨 그룹은 수학능력시험인 SAT점수가 210점 가량이 더 높았고, 또 학교생활의 적응에서도 훨씬 뛰어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던 아이들은 고집이 세고, 작은 일에도 쉽게 좌절하는 경향을 나타냈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경향성을 ‘만족지연’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만족지연은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당장의 즐거움과 욕구를 스스로 억제하고 통제함으로써 욕구 충족의 지연에 따른 좌절감을 인내하고 그에 따른 보상(예: 대견함, 성취감, 성공감 등)을 자신에게 주는 능력을 뜻한다.
여기에 대해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웬디 우드는 즉각적인 만족을 지연하기 위해 참고 인내하는 그 행위자체 보다는 유혹을 이겨내는 데 가장 중요한 전략은 ‘상황제어 전략’이라고 보고했다. 상황제어란 행동치료의 한 기법으로 특정 반응이 더 많이 일어나거나 덜 일어나도록 환경을 바꾸거나 재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위의 실험에서 볼 수 있었듯이 사탕의 유혹을 뿌리친 아이들은 사탕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다 숨겨 놓았고, 다른 일에 관심을 두려고 그림을 그렸던 아이들이다. 즉 먹고 싶은 사탕을 아예 치우거나,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힘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됨을 알 수 있다.
웬디 우드 교수는 자제력이 높았던 학생들은 그들의 욕구에 더 적게 저항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바람직하지 않은 욕구 자체를 느끼지 않았고, 자신의 목표와 상충하는 충동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자제력이 낮은 학생들은 자신의 목표와 상충하는 불편한 욕구를 수없이 맞서 싸우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갈망과 불행한 줄다리기를 반복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즉, 이는 자제력이 높은 사람은 평소에 자신의 목표와 상충되는 충동자체와 다투기 보다는 그 상황자체를 제어하는 행위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험공부에 몰두하기 위해 잡다한 유혹이 많은 집을 피해 도서관에 가거나, 게임시간을 줄이기 위해 숙제 하는 동안 자발적으로 폰을 부모에게 맡겨 놓는 등,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에 따른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는 습관 형성으로 굳어졌을 때 비로소 능력으로 키워진다.
그러니까 숙제를 먼저하고 노는 습관을 길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 과제를 시작할 때는 자신의 마음과 다투어야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습관화되면 전두엽과 해마 영역의 뇌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습관 형성이 되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정해진 패턴에 따를 뿐 별달리 고민하지 않는다. 한 번 형성된 좋은 습관은 일상을 힘들어 하지 않는다. 유혹으로부터 지켜내는 자기통제 능력은 일생 동안 부딪치는 어려운 난관이나 불확실성에도 잘 견뎌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갈등적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삶에서 부딪치게 되는 문제들을 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 나름의 창의적인 대응책을 이끌어낸다.
글쓴이: 한.심리상담센터 대표, 한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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