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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야기방

제목

식_ 이장_ 애

작성자
회장동생
작성일
2009.10.06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849
내용
나는 식이장애 환자다.
아니, 나는 단지 식이장애라는 길을 ‘특별히’ 걷고 있는 한 여성이다.
식.이.장.애
특별하고 격한 경험인 것 같다. 나 이외의 사람은 절대 겪지 않길 빌 수밖에 없는 경험이다. 힘들고, 아프고, 지친다. 경험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 고통들.
왜, 식이장애가 나를 찾아왔던 것일까?
내 예측으로는 외로움을 채워주기 위해 나를 몸소 찾아와 주셨던 것 같다. 나의 외로운 곳을 채워주며 표현하라고. 더 이상 참지 말라고. 실제로 나는 예민해지고 과격해지고 깊은 감정을 살짝 잊은 채 지냈던 것 같다. ‘난 당신과 다르다.’라는 충족감으로 내 정신이 뿌듯해짐과 동시에 내 몸은 메말라갔다. 35kg. 내가 초3쯤 저 몸무게였던 걸로 기억한다. 내 몸무게만큼 나도 어려져갔다. 떼쓰고, 화내고, 싸우고, 시험하고. 당신의 사랑을 난 믿을 수 없다고, 날 처음부터 다시 채워달라고 난 엄마에게 보채댔다. 지치고 무서워진 엄마는 나를 병원에 맡겼다. 난 버려진 느낌이었다. 낯선 ‘정신과’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난 내 생애 가장 싹싹한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했다. 그 사회 속 내 가족은 없었지만... 식판을 다 비우는 일, 살이 찌는 일 등 그곳엔 내게 내려진 항목이 있었고, 그 항목을 채우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다. 물론 그 속에서도 싸우고, 싸웠다. 나와, 엄마와, 병원과. 병원에 처음 가서 입원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내 가슴속에 무엇이 느껴졌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뭐에 홀린 듯 화를 내다가 ‘입원할게’라는 한마디를 하고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나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었다. ‘그래, 젠장. 당신들 원하는 대로 해줄게.’
퇴원을 하고 난 병원을 끊고 미술치료만 했다. 내 집, 무주에서 오르락내리락. 매주 여행아닌 여행을 다니며 나를 찾기 위한 여행 또한 시작되었다. 내 시간을 채우고, 내 욕구를 채우고, 내 허전한 가슴을 채워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처음, 내가 힘을 쏟았던 것은 ‘나를 인정하기’였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쉽진 않다. 잘 했다가도 금방 무너진다. 날 묶고 있는 하나의 끈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나의 식욕, 욕심, 화, 피곤함.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인정하고 외면해 왔던 ‘나의 가치’를 주장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그래 너 배고프구나, 너 힘들구나, 그래 너 화가 나는 구나, 너 저거 욕심나는 구나.’이 말하기가 산 너머 산이다. 지치고 지쳐 ‘언제 끝나나..’를 되묻던 어느 순간 이 곳에 ‘끝’이란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내 삶에 끝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아졌다. 시작만 있다. 늘 시작이었기에 멈출 수 없고, 그것이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내가 인정하기 힘든 것은 ‘외로움(허전함)’‘식욕’이다. ‘외로움과 식욕’ 이 둘은 늘 붙어 나를 따라다닌다. 실과 바늘처럼. 내게 외로움은 곧 허기이며, 식욕은 곧 채움이다.
이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사용해 왔고 그러고 있지만, 다른 방법을 찾고 싶어졌다. 사랑. 일방적 사랑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사랑을 원했다. 엄마와 나는 잘못된 사랑 법으로 서로를 외롭게 하고 있었다. 그 욕구를 인정하고 이해하기 까지 2년이 걸렸다.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울고를 반복하고 반복한 끝에 길을 돌아돌아 자신의 길을 찾게 되었다. ‘네 길이 곧 내 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겪으면서 한 사람만 성장한 게 아닌 둘 다 성장하게 되었다. ‘그는 나를 사랑한다.’라는 믿음. ‘그는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전제로 엄마와 나는 분리 되었다.
식이장애의 길을 걸으면서 나는 많은 딜레마와 부딪힌다. ‘살이 쪄야하는 것은 알지만 찌고 싶지 않은 마음’‘더 먹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먹지 않는 나’‘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남에 대한 두려움’‘욕구 인정과 외면’. 낫기 싫어서가 아니다. 그냥 생활을 하면서 여러 질문들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늘 그렇듯 어떤 것을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요점이다. 환자로서 받아들이는 질문은 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림에도 불구하고 난 꼭 ‘환자로서’ 받아들여 나를 힘들게 한다. 가족의 입장에서도 똑같았던 것 같다. ‘환자의 가족’으로서 받아들이는 순간 심각해지고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지점에서 늘 부딪혔다. 난 내 가족만큼은 날 그렇게 봐주지 않기를 바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들이 혼란스러워 할 때 마다, 나 자신의 판단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누가 뭐래도 이 길은 나의 길이다’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남은 것 같지만, 이제껏 와온 길을 보면서 다시 다짐해본다. ‘할 수 있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사랑한다고 끈질기게 내 곁을 지켜준 나의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그 들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준 식이장애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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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동생

    나중에 생각이 더 정리되면 다시 한번 올리겠습니다!ㅠ_ㅠ

    15 년전
  • 회장동생

    죄송합니다.. 글이..;;;;;;;;한마디로 허접하네요..;;

    15 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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