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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의이론과 실제

제목

사람, 동물, 민주주의♪

작성자
cmip38
작성일
2017.12.29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344
내용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

“아소 장관은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희망했다’는 망언을 한 바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들은 언제까지 이런 자의 헛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요? 여기서 자는 놈 자(者) 자입니다.” 손석희씨가 2005년 5월,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일본 총무성 장관 아소 다로의 망언에 대해 한 말이다.

그리고 12년이 훌쩍 지난 최근, 그는 JTBC ‘앵커 브리핑’에서 동일한 말을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자들의 망언을 듣고 있어야 하는가? 여기서 ‘자’는 ‘놈 자(者)’입니다.” 

분노가 섞인 이 발언의 계기는 “국민들이 레밍(나그네 쥐) 같다”라고 한 충북도 K의원이다. 그는 7월 중순경 국지성호우가 청주 지역을 물바다로 만든 와중에 동료들과 ‘물의 도시’ 베네치아 등 유럽 출장을 떠났다. 시민들의 분노와 질타가 들끓자, 조기 귀국해야 하는 억울함에 국민을 레밍으로 비유했다.

따지고 보면, 한국인이 동물에 비유된 건 역사가 길다. 그 원조는 1894년 일본 우파 지식인 후쿠자와 유키치로, “조선·중국인은 말·소, 개·돼지”라 했다. 일제의 침탈과 억압을 정당화한 것이다.

1980년 8월,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민은 들쥐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어도 잘 따를 것”이라 했다. 1980년 5월 광주항쟁 이후 (박정희를 이은) 전두환 신군부 독재가 시작될 때다. 그리고 2010년 8월,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는 “천안함 유족들이 동물(소·돼지)처럼 울부짖고…”라 했다.

2016년 7월, 나향욱 교육부 관료는 “민중은 개·돼지처럼 취급하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위 K의원이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고 했다. 흥미롭게도 그는 헌법재판소 탄핵 판결 직전인 2017년 2월, 친박 태극기 집회에서 “대한민국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들이 있습니다. 이 미친 광견병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들은 사살해야 됩니다”라고 했다. 

여기서 이렇게 말한 자(者)들에 대한 일차적 분노를 넘어 한 걸음 나아가 보자.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는 민주주의를 더 진전시킬 필요 때문이다. 

첫째, 경찰청장이건 고위 관료건, 이른바 ‘지도층’이란 자들이 시민 내지 국민을 동물로 비유하고 대상화하는 것은, L의원의 “밥하는 아줌마” 발언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영화 <미션>에 나오듯 16세기 이래 서양 제국주의가 ‘미개’ 사회를 침탈할 때도, 또 그를 ‘잽싸게’ 본받은 일본의 조선 침략 때도 사람을 무시했다. 민주주의란 사람을 ‘모시는’ 시스템이지 경멸하고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2000년 아셈 회의 때 본국에서 자기 다리미를 들고 와 손수 옷을 다려 입은 핀란드의 할로넨 대통령이나, 친구에게 받은 경제적 도움 때문에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2012년 사임한 불프 독일 대통령처럼 국민을 무서워해야 민주주의가 진일보한다. 

둘째, 1980년의 주한미군사령관부터 2017년의 지방 의원에 이르기까지 국민을 동물로 비유하는 잘못된 ‘전통’이 지속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성찰력이 부족함을 암시한다.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을 쓴 존 킨 시드니대 교수는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국가들의 오만”이라며, 미국식 민주주의를 표준이라 봐선 안된다고 했다. 이를 확장하면, 대통령이나 고위 관료, 경영자 등 ‘높은’ 자들의 생각이 민주주의라 믿는 오만이야말로 가장 반민주적이다. 민주주의는 비록 시간이 걸려도 풀뿌리 민초가 시끌벅적한 토론과 성찰로 빚어내는 ‘아래로부터의’ 과정이다.

셋째, 개나 소, 레밍과 같은 동물조차 사람과 같은 생명체란 점이다. 민주주의란 모든 생명이 함께 사는 체제다. 마치 우리가 성별, 고향, 경험이 모두 달라도 더불어 살아야 하듯, 동물도 인간과 함께 살아야 한다. 조류독감이 발생했다고 닭과 오리를 대량 학살한 일은, 나치 집단의 수백만 홀로코스트와 다르지 않다. 경청하고 모셔야 할 국민을 동물 취급하는 일 역시 이런 학살의 전 단계다.

모든 생명체 존중이 민주주의의 기초다. 게다가 개나 소, 돼지, 레밍 등은 탐욕스러운 정치가처럼 부정부패하지 않으며, 거짓말도 안 한다. 심지어 레밍은 개체수가 지나치게 늘어 생존이 어려워지면 오히려 수를 줄이려 집단 자살까지 한다. 진정 사람이라면 헛소리를 할 일이 아니라 동물한테 한 수 배울 일 아닌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282112045&code=990100#csidxca31f1beac7986699f5f3020c0781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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