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를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일명 ‘죽음을 부르는 조항’이라고 불리는 근로기준법 59조에 대한 개정 논의다. 여야는 특례업종을 축소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조항을 폐기하는 것이 답이다.
근로기준법 59조는 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초과노동시간과 법적으로 정해진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례업종을 규정한 조항이다. 즉, ’무제한 노동’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현행법에는 운수업, 통신업, 방송업 등 26개 업종이 규정돼 있다.
이들 업종은 최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직종들이다. 최근 졸음운전으로 다중 추돌사고를 일으킨 버스기사, 과로사와 자살이 이어지고 있는 집배원, 지난해 살인적 노동으로 자살을 택한 드라마 PD 등이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한다. 여야는 26개 업종에서 10개 업종으로 줄이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법이 살아있는 허용된 업종의 노동자들은 무제한 노동으로 내몰릴 것이 뻔하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추돌사고의 해법을 찾으라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여야는 육상운송업종을 남기되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제외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버스기사는 제외하고 택시기사는 남기자는 말인데, 그 기준은 무엇인가. 주 70시간 넘게 일하며 밤새 대기하는 간호조무사들은 과로사와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없는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져야 무제한 노동 업종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근로기준법 59조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1년 신설됐다. ‘공익 또는 국방상’ 필요가 있으면 근로시간 초과를 허용하자는 것이 조항의 신설 취지였다. 그 이후 50년이 넘도록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장시간노동을 허용해 왔다. 이제 이 조항을 폐지할 때다. 그 어떤 노동자도 과로사 할 정도로 혹사당할 이유가 없다. 설령 ‘공익 또는 국방상’의 이유가 있다고 해도 장시간노동에 시달릴 수 없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법이 아니다.